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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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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STX Global Pioneer 원정대 후기] 고연지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13-08-23
조회수: 1575

2013년 8월 13일,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들뜬 가슴을 안고 김해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서 면세점을 잠시 구경하고, 간식을 사먹으며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에 설레여 하며 전날 밤을 꼬박 지새운 저는, 비행기 안에서 금세 곯아떨어졌습니다. 심양에 도착하여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니 대머리 기사와 센스쟁이 가이드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습니다. 가이드님의 시크하면서도 재치 있는 설명을 들으며, 저는 창밖의 모습을 정신없이 눈에 담았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구조의 아파트들이 왠지 모르게 저에게 위압감을 주었습니다. 중국에 오기 전 제 마음속에 중국은 시골이라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흔히 보기 힘든 높이의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심양의 모습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방문한 곳은 심양의 고궁이었습니다. 이 고궁은 옛 후금 시대에 잠시 궁궐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여태까지 제가 가보았던 한국의 고궁과는 차별화되는 고유의 멋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국에서 꾸준히 사용되어온 건축자재인 ‘벽돌’이 눈에 띄었습니다. 학교에서 동아시아사를 공부할 때, 중국은 예로부터 넓은 황토 지대가 발달하여 벽돌의 사용률이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고궁을 떠나 랴오닝 성 박물관에서 다양한 유물을 직접 보며, 선생님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에 저희는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회전식 테이블을 신기해하며 먹어본 중국 음식은 사실 정말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외국까지 나가서 한식당만 찾아다닌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저는 그 첫 식사를 계기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산에 올라가니 긴장하라는 선생님들의 말씀에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마음으로 맞닥뜨린 오녀산성은 이런 저의 오만방자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높고, 높고, 또 높았습니다. 몇 번이나 멈췄다, 걸었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산성의 모습을 확인하고 관련된 설명을 들은 뒤, 우리는 점장대로 향했습니다. 흠 잡을 데 없이 장엄한 경치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을 내려올 때는 아주 좁고 미끄러운 절벽 사이를 힘들게 내려왔는데, 이곳의 경치도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행여나 미끄러져 흰 바지를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손잡이를 꽉 쥐고 한 계단 한 계단 힘 주어 내려왔습니다. 버스를 타서는 중간 중간에 있는 무덤을 구경했습니다. 마치 경주처럼 동네가 옛 유물과 유적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둘째 날 밤에는 호텔에서 변호사님과 교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힐링캠프를 들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 시간을 통해 많이 달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고 교훈이 되는 두 인생 선배님들의 말씀은 제가 성장하면서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야 할 교훈이었습니다.

셋째 날 아침에는 무덤떼를 구경했습니다. 대부분 무덤들이 고구려 초기의 무덤 형태인 돌무지무덤이었는데, 같은 돌무지무덤일지라도 시기에 따라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 굴식돌방무덤인 5회분 5호묘를 구경하고, 찔금찔금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교과서에서나 봐왔던 광개토태왕릉비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비문에 쓰여있는 글자 하나하나를 밝혀내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를 통해 밝혀진 글자들을 모두 동원해도 비문의 내용을 모두 밝히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라마다 비문 해석 내용에 대한 논쟁도 뜨겁습니다. 그 글자를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우리 세대가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정확한 해석을 해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군총은 그 명성에 걸맞게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습니다. 전 날 보았던 무덤들과는 다르게 각이 잡힌 모양이 정말 멋졌습니다. 특히, 단순히 돌을 있는 그대로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무덤을 튼튼히 쌓기 위해서 홈을 내어 그 안에 다른 돌을 얹는 방식을 사용한 것을 보며 옛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넷째 날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두산에 갔습니다. 여행 내내 비가 따라다닌탓에 혹여나 흐린 날씨에 백두산 천지를 보지 못할까 마음을 졸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짙게 드리운 안개에 천지는커녕 앞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유춘화 가이드님께서 수차례 강조하신 대로, 제가 한국 사람으로서 바로 그 백두산의 땅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다음번에 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땐 꼭 천지를 보고 싶습니다.

백두산 버스를 타고 잠시 동안 내려오니 너무나 아름답게 쏟아지는 장백폭포가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었습니다. 천지로부터 쏟아지는 뜨거운 온천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신비로운 폭포의 모습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온천물에서 익힌 계란 반숙은 힘든 일정을 마친 뒤라 그런지 정말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일정을 보냈던 5일째에는, 용정에 위치한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시인이 다녔던 대성중학교를 구경했습니다. 일제시대에 만주에 건너와 젊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힘썼던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저의 현재 모습을 가만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작지만 기부금을 내고, 저의 이름을 방명록에 작성하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또한,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시를 보면서 일제시대에 지식인으로써 살아야만 했던 윤동주 시인의 고뇌와 갈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가에 가서는 처음 만났던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연습했던 ‘선구자’노래를 부르며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 좋지 못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두 분의 가이드분들은 조선족이 우리와 같은 뿌리에서 나왔으며, 일제시대에 끔찍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 또는 독립운동의 기지로써 만주에 건너간 우리 민족이라는 의식을 심어주셨습니다. 비록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그들이 붙여놓은 한글 간판들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5박 6일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역사 탐방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주신 선생님들과 친구들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많은 지식들과 제가 느낀 많은 것들이 앞으로 제 삶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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